학술지 앞에 ‘오픈액세스’라는 수식어가 더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지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형 유통사나 출판사가 학술지 전자 논문 유통을 독점함으로써 일반 이용자 뿐 아니라 이 학술지식을 생산한 연구자와 대학마저도 비싼 논문 구독료를 내야만 하는 현실을 바로잡기 위한 운동이 바로 오픈액세스 입니다. 다시 말해, ‘오픈액세스’는 그냥 단순한 수식어가 아니라, 학술 문화를 개선하고 지식의 공공성을 실현 시키려는 연구자들의 염원과 노력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오픈액세스 운동을 왜곡, 폄훼하는 사건이 엉뚱하게도 학계가 아닌 정치권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로 인해 ‘오픈액세스’는 한때 언론을 뜨겁게 장식하는 단어가 되기도 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 검증에서 고등학생 자녀의 논문 의혹이 다뤄졌는데, 이에 대한 후보자 해명에 ‘오픈액세스’라는 단어가 오염된 채 등장했던 것입니다. ‘누구나 지식과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를 한 후보자는 ‘누구나 학술DB에 접근하여 논문을 쓰고 올릴 수 있다’라고 독창적으로(?) 해석했습니다.

사실, 한 후보자가 약탈적 학술지(심사나 검증 과정 없이 일정한 돈만 내면 ‘논문’이라고 제출하여 출판 가능한 학술지)를 자녀 스펙 쌓기에 이용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정황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연구자들이 그간 기울여 온 노력까지 허사로 만드는 비상식적 변명만을 늘어놓았습니다. 물론, 그가 과도한 입시 경쟁으로 인한 병폐를 오히려 적극 활용하면서 우리 사회 병든 교육을 더 악화 시켰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지식공유연대는 이와 같은 문제를 일으키고 제대로 반성조차 하지 않는 한 후보자가 공직을 수행하기에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밝히는 성명서를 작성하여 다른 단체들과 함께 5월 8일에 발표하였습니다. 하지만 참담하게도 이런 문제는 그가 공직을 수행하고 특히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률을 제대로 지켜야 하는 자리에 서게 하는데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았습니다. 다시 한 번 국내 교육과 정치판의 현 주소를 확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우리는 쉽게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학술 문화 개선을 위한 오픈액세스 운동이 대학 교수나 연구자들에게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중고생 교육과 입시 문제 등 공정성 이슈와도 연결되는 사회 전반의 문제로 바라 보게 됐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오픈액세스 운동을 더욱 증폭 확대하여 전방위적 사회 운동으로 만들어나가야 할 때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