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일시 : 2022년 12월 27일(화) 오후 3:00 ~ 4:30

장소 : 줌 온라인

인터뷰이 : 김명환 (지식공유연대 집행위원,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인터뷰어 : 고찬미 (지식공유연대 미디어팀, 한국학중앙연구원 학술지간행실 선임전문위원)

박서현 (지식공유연대 미디어팀,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전임연구원)

국내 부실 학술지의 문제와 그에 대한 대응의 과제

박서현 안녕하세요 김명환 선생님. ‘새로운 학문 생산 체제와 지식 공유를 위한 학술단체와 연구자 연대’(지공연)에서 발행하는 제5호 뉴스레터 게재를 위해 기획한 지공연 회원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먼저, 선생님께서 연구책임자로 수행하신 한국연구재단(재단) 정책과제 「학술지 평가 및 학술지 실태점검 개선 발전 방안 연구」에 대해 문의를 드리고 싶습니다. 본 과제는 재단의 공모를 거쳐 지공연 회원들이 연구진으로 참여한 과제로서 연구진은 국내 학회에서 발행하는 학술지의 실태를 점검하고 그 개선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학술지 문제는 2021년 6월 23일자와 7월 1일자 『뉴스타파』의 보도 “논문공장의 영업비밀① 어느 학술단체의 '가짜 심사'와 '도둑 논문'”, “논문공장의 영업비밀② 표절, 조작, 부실 논문도 '패스'...KCI등재지의 민낯” 등을 통해서도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볼 수 있을 듯합니다. 국내 부실 학술지의 실태 및 (아마도 학술지 평가와 관련되어 있을) 이러한 학술지가 존재하게 되는 구조적 원인을 어떻게 진단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김명환 『뉴스타파』에서 관광경영학 분야의 부실 학술지 운영 실태를 폭로하는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보도 이후 재단이 국회에서 질책을 당하고 학술지 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를 제3자에게 맡겨 진행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과제를 맡게 됐습니다. 애초에는 좀더 급진적으로 생각했습니다. 학술지 평가를 국가기관이 맡는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아마도 중국하고 우리나라 정도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학문 선진국이 되려면 이러한 평가제도 자체가 없어져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인터뷰도 하고 연구가 진행되면서 연구진 사이에서도 국내 학계가 여전히 여러 가지 면에서 취약하고 자율적이지 못한 상황에서 재단이 평가제도를 도입해 학술지 수준을 일정부분 향상시킨 것을 인정해야 된다는 다소 중도적 입장으로 바뀌게 됐습니다. 연구재단이 기여한 바를 충분히 인정하지만 한계에 부딪쳤다고, 관료주의적 한계라고 할 경직성을 개선해야 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시다시피 부실 학술지는 경쟁주의·실적주의 때문에 생깁니다. 대학에서 연구실적을 과도하게 요구하기 때문에 논문 쪼개기라든가 중복 게재 등의 비윤리적이고 부정한 방법으로 논문을 양산하는 것이며, 이러한 현실에 편승해 부실 학술지가 생겨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연구과정에서 재단의 실무자들과 대화하면서 부실 학술지들이 자신의 상업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재단의 평가기준을 영악하게 잘 충족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매년 초 재단이 일부 변경된 학술지 평가기준을 발표하기 전부터 부실 학술지를 발행하는 기관에서 이번에는 어떻게 바뀌는지 정보를 알기 위해 계속해서 전화질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평가기준이 발표되는 즉시 거기에 맞춰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이고요.

한국연구재단은 공공기관으로서 부실 의심 학술지가 정해진 기준에 일단 맞추는 한 걸러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심지어 재단에 부실 학술지의 실태를 제보받는 전화도 있어 제보가 실제로 들어오고 상당한 증거자료까지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고 알고 있지만, 재단이 이에 대해 빨리 조치를 취하지 못합니다. 저는 이것이 공공기관 내지 관료조직의 한계라고 봅니다. 그렇다고 재단이 무조건 잘못만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제보가 들어오더라도 그것 하나만으로 부실 학술지를 퇴출시키기는 쉽지 않지요. 내부 제보자가 있고 심층취재를 통해 전반적 문제가 『뉴스타파』의 보도에서 드러나듯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조치를 취하더라도 소송으로 이어져 복잡해질 가능성이 높아요.

그래서 부실 학술지는 결국 학문사회의 공론화를 통해 퇴출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예컨대 제가 지공연 2022년 하반기 심포지엄에서 얘기했듯 어떤 학술지에 5년 전에는 논문이 1년에 200편 게재되다가 현재는 1년에 1700편 게재된다면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는가라고 학문사회가 추궁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답이 나오지 않으면 부실 의심 학술지로서 공론화시키고 각 대학에서 이런 학술지에는 논문 게재를 삼가라, 이런 학술지의 논문심사 의뢰를 받지 말라, 학술지 편집에 참여하지 말라는 식으로 대응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면 상업적 이익을 취하는 부실 학술지 발행 기관이 법적 대응을 해올 수도 있을 텐데, 제 생각에는 그렇게 하기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박서현 말씀 감사합니다. 부실 학술지의 문제에 대해 학계에서 자체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국내 인문사회분야 오픈액세스(Open Access, OA) 운동을 주도해온 지공연에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서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공연을 포함하여 학계에서 부실 학술지 문제와 관련해 어떠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김명환 제가 재작년 부실 학술지로 의심되는 몇몇 학술지들을 구체적으로 알게 된 후 연구과제 선정 심사를 맡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심사를 하면서 젊은 연구자의 연구실적에 부실 학술지로 의심되는 학술지 게재 논문이 있는 것을 봤습니다. 고민이 됐습니다. 이를 문제 삼아 이 연구자나 이 연구자가 속한 연구팀을 심사에서 탈락시켜야 할까 고민했던 것인데요, 처음에는 탈락시켜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